보도자료

  • 담양경찰서
  • 알림공간보도자료
상세보기
여민동락(與民同樂)
작성자 경찰서운영자 등록일 2011-05-03 조회수 734
첨부파일  
독자투고
구례경찰서 수사과 경위 김관웅

모든 공직자는 모름지기 국민과 함께하는 일을 가장 큰 덕목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구례경찰서는 최근 경찰서의 담장을 허물고 화단을 조성하여 깨끗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심 협소한 도로를 편도 주차하게 하여 흐름을 원활히 하였으며 민원인 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백성과 함께하는 철학인 여민동락으로 조선시대의 공직자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권철은 퇴계 선생과 동시대의 대학자로서, 임진왜란 때에 행주대첩으로 명성을 떨친 권율 장군의 아버지이며 백사 이항복의 장인 이기도 하다.
권철은 영의정으로 재직 시, 평소에 추앙해 오던 퇴계 선생을 만나보고자 몸소 찾아간 일이 있었다.
선생이 예의를 갖추어 영의정 권철을 영접하였음은 물론이고 둘은 기쁜 마음으로 학문을 토론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그 다음 식사 때가 큰 문제였다.
끼니때가 되자 저녁상이 나왔는데, 밥은 보리밥에다가 반찬이라고는 콩나물국과 가지 잎 무친 것과 산채뿐으로, 선생은 평소에도 제자들과 꼭 같이 그런 식사를 해 왔는데, 손님이 영의정 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식사를 내왔던 것이다.

평소에 진수성찬만 먹던 영의정 권철에게는 보리밥과 소찬이 입에 맞을 리가 없었다. 그는 도저히 그 밥을 먹어낼 수가 없었는지 몇 숟갈 뜨는 척 하다가 그대로 상을 물려 버렸다.
그러나 선생은 모르는 척 하고, 다음날 아침에도 그와 꼭 같은 음식을 내 놓았다. 권철은 이날 아침에도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몇 숟갈 뜨고 나서 상을 물려 벼렸다. 주인이 선생이 아니라면 밥투정이라도 했겠지만, 상대가 워낙 스승처럼 추앙해 오는 선생이고 보니, 음식이 아무리 마땅치 않아도 감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태가 그렇게 되고 보니, 권철은 더 묵어가고 싶어도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예정을 앞당겨 다음 날 떠나면서, 권철은 작별에 앞서 선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찾아뵙고 떠나게 되니 매우 반갑소이다
우리가 만났던 것을 깊이 기념하고자 하니 좋은 말씀을 한마디 남겨 주시지요.

퇴계 선생께서 촌부(村夫)가 대감 전에 무슨 말씀을 여쭐 것이 있겠나이까.
대감께서 모처럼 말씀하시니 제가 느낀 점을 한 말씀만 솔직히 여쭙겠나이다.
대감께서 원로에 누추한 곳을 찾아 오셨는데 제가 융숭한 식사대접을 못해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감 전에 올린 식사는 일반백성들이 먹는 식사에 비하면 더 할 나위 없는 성찬이었고 백성들이 먹는 음식은 깡 보리밥에 된장찌개가 고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감께서는 그 음식이 입에 맞이 않아 제대로 잡수시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습니다

무릇 정치의 요체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 있사온데 관과 민의 생활이 그처럼 동떨어져 있으면 어느 백성이 관의 행정에 심열성복(心悅誠服)하겠나이까?

그 말은 폐부를 찌르는 듯한 충언이었다.
선생이 아니고서는 영의정에게 감히 말할 수 없는 직간(直諫)이었던 것이다.
권철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수그렸다.
“참으로 선생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도 들어볼 수 없는 좋은 말씀입니다.
나는 이번 행차에서 깨달은 바가 많아 돌아가면 선생의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 하겠나이다.”

영의정 권철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선생의 충고를 거듭 고마워하였다.
그리고 권철은 돌아오자 만조백관들을 불러놓고 선생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그날부터 생활을 일신하여,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한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백성을 위하고 (爲民),백성과 함께하는 (與民)데 있다.
요즘 담장을 허문 우리 경찰서의 정원에 철쭉과 팬지, 그리고 꽃 양귀비 등이 만발하고 가로등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주민과 함께하는 치안 경찰입장보다 주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수요자 중심의 치안이 진정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아닐까?
이 좋은 봄날에 새삼 주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 해 본다

 
목록보기 수정 삭제